어제 Spar(슈파,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다가 의외의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피클이 진열된 냉장 코너 한쪽에 ‘Kimchi’라는 이름이 적힌 유리병이 놓여 있었던 거예요. 한국인으로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고, 잠시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기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제품의 성분과 원산지를 확인해 보니, 한국에서 수입된 김치가 아니라 이탈리아산이었고, 재료 역시 배추 대신 양배추와 당근이 사용되어 있었습니다. 김치를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한국에서 늘 보아왔던 김치의 모습과는 꽤 달랐습니다.
맛은 보지 않았지만 병 안에 담긴 모습만으로도 익숙한 김치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색감이나 재료 배합, 양념 상태 등이 전혀 한국 김치처럼 보이지 않아 조금 아쉬웠습니다.
조금 걱정스러웠던 건, 혹시 현지 분들이 이런 제품을 ‘한국 김치’라고 생각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다양한 문화권에서 현지 입맛에 맞춰 조리법을 바꾸는 경우는 흔하지만, 그 음식이 갖고 있는 고유의 맛과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을 때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치는 단순한 발효 식품이 아니라, 한국 음식문화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언젠가 오스트리아의 지역 마트에서도 한국에서 직접 들여온, 조금 더 전통적인 방식의 김치를 쉽게 만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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