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 조금 여유가 생겨 오랜만에 쇤브룬 궁전 앞 부활절 시장에 다녀왔습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한 번쯤은 꼭 들르게 되는 곳인데요, 올해는 유난히 더 아기자기하고 새롭게 단장되어 있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였어요.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고, 그 활기찬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부활절 시장은 2025년 3월 27일부터 4월 21일까지 열리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되고 금요일, 토요일, 그리고 부활절 일요일에는 밤 9시까지 문을 엽니다. 유럽 부활절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이보다 더 완벽한 장소는 없을 거예요. 웅장한 쇤브룬 궁전을 배경으로, 수십 개의 부스가 줄지어 서 있고, 오스트리아 전통 수공예품과 화려한 부활절 장식들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털실로 만든 동물 모형부터 핸드페인팅 달걀, 도자기 장식, 손뜨개 인형까지—모두 작가들의 손길이 담긴 진짜 작품들이라 구경하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물론 시장에 오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먹거리죠. 향긋한 시나몬 향이 나는 바삭한 츄로스를 하나 들고, 따뜻한 바움쿠헨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봄날의 여유가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신다면 요거트 아이스크림도 꼭 추천드리고 싶은데요, 산뜻하면서도 크리미한 맛이 인상적이었어요. 달콤한 와플과 진한 오스트리아 초콜릿도 인기가 많아서, 길거리 한쪽에선 다들 손에 뭔가 하나씩 들고 다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이 부활절 시장이 특별한 이유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정말 잘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시장 한쪽에는 건초 더미로 만든 미로가 있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고, 클래식한 회전목마와 미니 기차, 작은 관람차까지—마치 옛 동화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부활절 장식을 만들 수 있는 체험 공방도 운영 중인데, 부모님과 함께 도란도란 앉아 만드는 모습이 정말 훈훈했어요. 시장 곳곳에는 어린이용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스트레스를 잊고 가족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랄까요.
마지막으로 팁을 드리자면, 부활절 시장만 보고 돌아가기엔 솔직히 아쉬울 수 있어요. 궁전 내부 투어나 정원 산책도 함께 계획하시면 더욱 알찬 하루가 될 거예요. 저도 시장 구경을 마친 뒤, 궁전 뒤쪽 정원을 천천히 걸으며 꽃 피기 시작한 봄의 기운을 느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빈에서 부활절 시즌을 보내실 계획이라면, 쇤브룬 궁전 앞 부활절 시장은 단순한 장터가 아닌 오스트리아의 전통과 계절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관광객으로서도, 현지인으로서도 이곳은 매년 새롭게 감동을 주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Leben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Spar에서 만난 '김치', 반가움과 아쉬움 사이 (7) | 2025.04.16 |
|---|---|
| 오스트리아 부활절, 토끼와 초콜릿으로 시작되는 봄 (6) | 2025.04.15 |
| 오스트리아에서 아시아 식품 찾기, 마트에서 점점 더 다양해지는 한국 식품 (2) | 2025.04.12 |
| 빈의 랜드마크, 슈테판 대성당 구석구석 즐기기 (7) | 2025.04.11 |
| 빈의 봄 산책: 지는 목련과 피는 튤립 사이에서 (7) | 2025.04.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