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는 이른 아침, 쇤부른 궁전(Schloss Schönbrunn)으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빈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소 중 하나인 이곳은 사계절 내내 아름답지만, 특히 가을에 그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침 공기가 차가웠지만, 상쾌한 바람과 함께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평온한 분위기를 더해주었어요.
쇤부른 궁전 앞 정원은 한여름 내내 만개한 꽃들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가을의 끝자락에 서 있는 만큼 꽃들이 대부분 정리된 모습이었어요. 바닥에 떨어진 낙엽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을의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정원의 변화는 마치 계절의 흐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곳곳에서 청설모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마치 겨울을 준비하듯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먹이를 모으는 모습이 귀여워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구경했어요. 쇤부른의 청설모들은 사람을 많이 경계하지 않아서 가까이서도 볼 수 있답니다.
산책을 계속 이어가다가 문득 쇤부른 동물원(Tiergarten Schönbrunn) 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 동물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으로 유명하죠. 연간 티켓을 구매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날이 제법 추워졌기 때문인지, 동물원은 평소보다 훨씬 한산했어요. 여름철에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이곳도 가을이 되니 한결 조용한 모습이었죠.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판다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몇 달 전에 판다가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동물원에서 더 이상 판다를 볼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서운했어요. 판다의 부재는 동물원에 큰 공백처럼 느껴졌지만, 그래도 래서판다와 귀여운 코알라가 있어서 위안이 되었습니다.
래서판다는 나무 위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었고, 코알라는 언제나 그렇듯 나무에 기대어 졸고 있었어요. 이 동물들을 보면서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그리고 동물원 내에 위치한 양과 염소 우리 쪽으로 갔는데, 아이들이 자주 하는 것처럼 먹이를 주고 싶어 져서 자판기에서 1유로를 넣고 사료를 구매했습니다. 손바닥 위에 놓인 사료를 양과 염소들이 먹을 때 느껴지는 따뜻한 숨결은 언제나 소소한 행복을 주죠.
평소라면 아이들로 가득할 동물원 내 놀이터도 그날은 조용했습니다.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혹은 날씨가 추워져서인지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니, 여름 내내 활기차게 뛰어놀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조용함 덕분에 더욱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동물원을 둘러보며 느꼈던 조용하고 고요한 분위기는 가을의 쇤부른과 잘 어울렸습니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세상의 모든 소음이 멀리 느껴지고, 온전히 자연과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마치 가을의 마지막 선물처럼 느껴졌죠.
오늘 쇤부른에서의 산책은 가을이 주는 조용한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판다는 더 이상 볼 수 없었지만, 다른 동물들과의 소소한 만남과 한적한 분위기 덕분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보내는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빈에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지기 전에 또 한 번 쇤부른으로 산책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의 산책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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