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한국에 조금 오래 머무르게 되면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보다는 생활비도 조금 벌고 새로운 경험도 해볼 겸 단기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오스트리아에서 생활하다 한국에 오면 늘 “잠시 머무는 손님” 같은 기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체류 기간이 길다 보니 조금은 다른 생활 패턴을 가져보고 싶었어요. 알바 경험도 그중 하나였죠.
알바를 찾을 때는 알바몬 같은 구직 사이트를 통해 지원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연락이 왔습니다. 지원서를 넣고 바로 다음 날 면접을 보게 되었고, 운 좋게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알바는 빵류 제품을 포장하고 분류하는 일이었어요. 처음 설명을 들을 때는 “상자에 빵만 넣으면 된다”라는 말에 솔직히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단순 반복 작업 정도로만 상상했지요.
근무 조건은 한 달 단위 계약이었는데, 당시에는 왜 그렇게 짧게 계약을 하는지 크게 의문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달씩 갱신하니 부담이 적어 보인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뼈저리게 알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달을 채우기도 전에 그만두는 일이 많았던 겁니다.
첫 출근 날부터 예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단순히 빵을 상자에 넣는 게 아니라, 하루 8시간 내내 서서 일해야 했고, 냉동고와 냉장고를 수시로 오가며 무거운 박스를 들어야 했습니다. 빵이라고 해서 가볍기만 한 게 아니더군요. 온몸이 긴장한 채로 추운 냉동고 안에서 물건을 옮기고, 다시 밖에 나왔다가 또 들어가기를 반복하니 금세 체력이 바닥났습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따로 휴식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눈치를 보며 다녀와야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첫 일주일은 정말 버티기 힘들었습니다. 몸이 적응하기도 전에 근육통과 피로가 몰려왔고, 멍은 여기저기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근무 스케줄도 녹록지 않았습니다. 주말을 이틀 연속 쉬는 것이 불가능해 하루만 쉬고 다시 출근해야 했는데, 하루 만으로는 도저히 체력이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쉬는 날에도 온몸이 뻐근하고 피곤해서 누워만 있게 되더군요.
그래도 ‘한 달만 참아보자’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스스로 다짐하며 겨우겨우 한 달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계약 연장 여부를 묻기도 전에 저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여기까지다, 이걸로 충분하다.” 알바를 통해 돈을 벌기는 했지만, 동시에 허리 통증과 잔뜩 생긴 멍, 그리고 극심한 피로를 얻었습니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니 더는 무리할 수 없겠더군요.
이번 단기 알바 경험을 통해 저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일도 막상 해보면 예상보다 훨씬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단순노동이라고 해서 절대 가볍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한 달 동안의 경험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었지만, 다시 하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충분히 경험했고, 그것만으로도 제겐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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